이스라엘-가자 분쟁의 화약고, 성전산(하람 알-샤리프)을 둘러싼 갈등 심층 분석
수십 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가자 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선 복잡하고 다층적인 갈등의 연속입니다. 그 중심에는 역사, 종교, 민족적 정체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예루살렘의 성전산(유대교 명칭) 또는 하람 알-샤리프(이슬람 명칭)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신성한 장소는 양측 모두에게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상징적 공간이며, 최근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의 도발적인 행보와 '주권 강화' 선언으로 인해 다시 한번 폭발 직전의 긴장 상태에 놓였습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 벤-그비르의 행동은 팔레스타인과 무장 정파 하마스의 즉각적인 규탄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또 다른 대규모 충돌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성전산을 둘러싼 최근의 동향과 그 배경, 그리고 이것이 이스라엘-가자 분쟁 전반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성전산/하람 알-샤리프: 역사적, 종교적 갈등의 중심지
성전산, 혹은 하람 알-샤리프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위치한 약 14만 제곱미터 넓이의 언덕으로,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종교적 갈등의 무대입니다. 이 장소의 통제권과 접근권 문제는 단순한 물리적 지배를 넘어, 각 종교와 민족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가장 신성한 공간
유대인에게 이곳은 솔로몬 성전과 헤롯 성전이 서 있던 자리로, 지상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여겨집니다. 유대교의 율법에 따르면 지성소(Holy of Holies)가 있던 곳으로, 전 세계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하며 성전의 재건을 염원합니다. 이 때문에 유대 민족주의자들에게 성전산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확립은 매우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반면 무슬림에게 이곳은 '고귀한 성소'라는 의미의 하람 알-샤리프로 불리며, 메카와 메디나에 이어 세 번째로 신성한 장소입니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바위의 돔과 이슬람 세계에서 중요한 모스크 중 하나인 알-아크사 모스크가 이곳에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곳은 종교적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민족적 자존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깨지기 쉬운 '현상 유지'(Status Quo)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구시가지를 점령했지만, 성전산/하람 알-샤리프의 행정권은 요르단의 이슬람 와크프(Waqf) 재단에 맡겨졌습니다. 이는 '현상 유지'로 알려진 매우 민감한 합의입니다. 이 합의에 따라 무슬림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지만, 유대인은 방문은 가능하되 기도는 금지됩니다. 이스라엘은 외부 보안을 책임지며 전체적인 통제권을 행사합니다.
그러나 이 현상 유지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과 같습니다. 유대인 민족주의 단체들이 집단으로 성지를 방문하거나 기도를 시도할 때마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를 현상 유지를 파괴하고 알-아크사 모스크를 위협하는 도발로 간주하며 격렬하게 반발합니다. 이러한 작은 마찰이 종종 대규모 시위와 유혈 충돌로 번지곤 했습니다.
과거의 분쟁 발화점 사례
역사적으로도 이곳은 분쟁의 도화선 역할을 해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 당시 이스라엘 야당 대표였던 아리엘 샤론이 수백 명의 무장 경찰과 함께 성전산을 방문한 사건입니다. 이 방문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엄청난 분노를 샀고, 5년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낸 제2차 인티파다(민중 봉기)를 촉발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성전산에서의 작은 변화 시도나 상징적인 행동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긴장 고조의 주역: 벤-그비르와 이스라엘의 강경 노선
최근 성전산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금 최고조에 달한 배경에는 이스라엘 극우파의 부상과 현 정부의 강경한 정책 기조가 있습니다. 특히 국가안보부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의 행보는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습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장관의 도발적 행보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이스라엘의 극우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과거부터 유대인의 성전산 기도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는 장관이 된 이후에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유대인 정착민 단체를 이끌고 알-아크사 모스크 주변을 방문하는 등 도발적인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의 최근 보도는 “벤-그비르가 알-아크사 주변 정착민 침입을 주도한다”고 전하며 이러한 상황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를 성지에 대한 '침입(incursione)'이자 현상 유지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하마스를 포함한 여러 저항 세력에게 강력한 투쟁의 명분을 제공합니다.
'이스라엘 주권 강화' 선언의 의미
긴장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우리는 성전산에 대한 주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는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스라엘 주권 강화'라는 말은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이는 현상 유지를 변경하여 유대인의 기도권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거나, 와크프의 행정권을 축소하고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통제를 강화하려는 실질적인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이슬람 세계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으며, 요르단을 비롯한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이스라엘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
벤-그비르와 같은 인물의 부상과 정부의 강경 발언은 현재 이스라엘의 정치적 지형을 반영합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연립정부는 역사상 가장 우파적인 성향을 띠고 있으며, 극우 정당들의 입김이 매우 강력합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과의 공존보다는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과 주권 강화를 우선시하며, 정착촌 확대와 같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따라서 성전산을 둘러싼 최근의 움직임은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시사점
- 성전산/하람 알-샤리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 발화점으로, 최근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 벤-그비르의 행동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 이스라엘 정부의 '성전산 주권 강화' 선언은 수십 년간 유지된 '현상 유지'를 깨뜨리려는 시도로 해석되어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 이러한 긴장 고조는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더 큰 규모의 이스라엘-가자 분쟁으로 번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성지 문제는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 팔레스타인 내부 역학, 그리고 요르단 및 아랍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사안입니다.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의 강력한 반발과 국제 사회의 우려
이스라엘의 도발적인 행동과 발언에 대해 팔레스타인 측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서안 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와 가자 지구를 실효 지배하는 하마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의 공동 규탄
평소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는 성전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은 벤-그비르의 행동을 '위험한 도발'이자 '전쟁을 선포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람 알-샤리프는 종교적 성지를 넘어 민족적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하마스는 성지 수호를 명분으로 언제든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이스라엘-가자 분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 적신월사의 보고
분쟁의 격화는 이미 최악의 상황에 놓인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최근 보도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적십자사에 해당하는 적신월사(Red Crescent) 직원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는 분쟁이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과 구호 활동가들의 생명까지 무차별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입니다. 지속적인 충돌은 의료 시스템의 붕괴, 식량 및 식수 부족, 구호 물품 접근 차단 등 가자 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국제 사회의 입장과 '두 국가 해법'의 위기
국제 사회 역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유엔(UN)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다수의 아랍 국가들은 예루살렘 성지의 '현상 유지'를 존중할 것을 촉구하며,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일방적인 행동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특히 성전산 문제의 악화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두 국가 해법'의 실현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듭니다.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평화 협상 테이블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장기적인 안정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킵니다.
분쟁의 파급 효과: 지역 및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
성전산/하람 알-샤리프를 둘러싼 갈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국한되지 않고, 중동 지역 전체와 국제 관계에까지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미칩니다.
폭력 사태 재발과 대규모 충돌의 위험
가장 즉각적인 위험은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 전역에서 폭력 사태가 재발하는 것입니다. 성지 모독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시위가 격화되고, 이것이 이스라엘 보안군의 강경 진압과 맞물려 유혈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가자 지구에서는 하마스가 이를 빌미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공격을 재개할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전면적인 이스라엘-가자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요르단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
요르단은 성지 관리자로서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주권 강화 시도는 요르단과의 외교 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요르단은 이미 여러 차례 이스라엘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해왔으며, 현상 유지가 훼손될 경우 이스라엘과의 평화 조약 파기까지 거론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동의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축 하나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브라함 협정의 시험대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맺은 국교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 역시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이들 아랍 국가는 이스라엘과의 경제적, 안보적 협력을 중시하지만, 자국 내 여론과 이슬람 세계의 비난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알-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위협이 가시화될 경우,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협력 관계를 재검토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공들여 쌓아온 외교적 성과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성전산/하람 알-샤리프는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유대교에서는 솔로몬과 헤롯의 성전이 있던 가장 신성한 장소이며, 이슬람교에서는 메카, 메디나에 이은 세 번째 성지로서 알-아크사 모스크와 바위의 돔이 위치한 곳입니다. 이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종교적, 역사적, 민족적으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인 장소입니다.
'현상 유지(Status Quo)'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1967년 이후 형성된 비공식적 합의로, 이스라엘이 안보 통제권을 갖지만 성지의 행정권은 요르단의 이슬람 와크프 재단이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합의에 따라 무슬림은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지만, 유대인을 포함한 비무슬림은 방문은 가능해도 기도는 금지됩니다. 이 미묘한 균형이 깨질 때마다 큰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누구이며, 그의 행동이 왜 문제가 되나요?
벤-그비르는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국가안보부 장관입니다. 그는 유대인의 성전산 기도 권리를 강력히 주장하며, 정착민들과 함께 성지를 방문하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현상 유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세계를 자극하는 매우 도발적인 행위로 간주되어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가자 분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성전산의 긴장 고조는 하마스와 같은 무장 단체에 공격의 명분을 제공하여, 가자 지구에서의 로켓 발사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전면적인 이스라엘-가자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